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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안공항 참변을 경기국제공항에 꿰맞추지 마라

양종천밝은나라 2025. 2. 4. 09:03

[사설] 무안공항 참변을 경기국제공항에 꿰맞추지 마라

승인 2025-02-03 03:00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경기일보DB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29일이다. 연말에서 연시로 이어지는 국민 애도 기간이 있었다. 항공기 사고가 그렇듯이 사고 원인 특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1월 중순 이후 고개를 드는 여론이다. 신규 공항 건설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공세 과녁에 ‘경기국제공항’이 있다. ‘무안공항 사고가 경기국제공항 불가의 이유’라는 논리다.

 

그런데 그 논리가 대개 억지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있었던 경기국제공항 반대 기자회견도 그랬다. 일부 정치인들이 무안공항 참사와의 연계 논리를 폈다. 화옹지구는 철새 개체수가 무안공항의 2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안전 등의 문제로 화옹지구 경기국제공항 설립 구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유력한 것은 맞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리 전개는 반대다.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0.00008이다. 포항·군산·양양공항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류 충돌 참사 발생 가능성이 1만2천년에 한 번이다. 오히려 인천·김포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42배다. 철새 개체수가 절대적 이유라면 문 닫을 공항은 인천·김포공항이다. 무안공항 참사가 낳은 공포를 국제공항 반대와 연결하려는 억지 비약이다. 이런 주장이 다른 곳도 아닌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언론이 띄우는 또 다른 논리는 ‘정치 공항’이다. 수요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생기는 공항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문제 많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네 곳뿐이다. 인천·제주국제·김해국제·김포국제공항 순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적자를 냈고, 10개는 10년 내내 적자다. 대부분 2000년대 들어선 정치공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5년간 1천161억원이라는 최악의 손실을 낸 게 무안공항이다.

 

연 992만명이라는 수요 예측도 엉터리, 1.45라는 비용 대비 편익값(B/C)도 엉터리였다. 2004년 감사원이 확인한 팩트다. 그런데도 2007년 문을 열었다. 수요를 덮고 정치가 밀어붙인 결과다. 그런데 이 문제를 왜 경기국제공항과 연결짓나. 지근거리 인천공항은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 인근 청주공항도 지난해 457만명(무안공항 40만명)으로 넘쳤다. 정치를 쏙 빼고 본다면 경기 남부야말로 공항 신설이 필요한 적지다.

 

경기국제공항의 객관적 토론은 지향한다. 지역민의 여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하지만 참사까지 원용하는 논리에는 반대다. 17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변이다. 그런 비극까지 비틀어 여론을 몰고 싶은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부도덕하기까지 한 여론 캠페인이다.

#무안공항#경기국제공항#여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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