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방공항, 적자 및 안전문제 우려
- 이혜경 기자
- 승인 2025.02.06 15:41
선거철 단골 공약 ‘공항사업’…전국 공항 15곳 중 흑자 4곳 불과
전문가 “정치 논리보단 수요 및 안전 고려해야” vs. 일부 반론도
![](https://blog.kakaocdn.net/dn/ciWl88/btsMcewLZNn/DlVJl3ciQBL0ppiJZBRCX1/img.jpg)
전국 대다수 지방공항이 이용객이 적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무안국제공항.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이혜경 기자 |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지방공항이 생겨나는 가운데 대다수 지방공항은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조사 없이 정치적 논리를 내세워 건설한 결과인데, 정부가 추가로 건설을 추진 중인 공항은 8곳에 달해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적자 상황이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경우 안전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6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인천·제주·김포·김해국제공항으로 단 4곳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한 지방공항 대부분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의 경우 사실상 미미한 흑자를 내고 있어, 적자로 볼 수 있다. 적자 규모로 보면 무안국제공항이 253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양양국제공항 211억원 △울산공항 195억원 △여수공항 189억원 △포항경주공항 163억원 △청주국제공항 122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이 지방공항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충분한 수요조사 없이 선거철마다 공항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단골로 등장해 정치적 논리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공항의 건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동시에 여야 예산 나눠먹기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소형 지방공항은 하루 평균 운항 편수가 10편 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국제공항과 여수공항은 14편, 울산공항은 10편을 운항했으며 포항경주공항(6편)·사천공항(5편)·군산공항(4편)·원주공항(4편)은 10편에도 못 미쳤다. 양양국제공항은 하루 1편도 채우지 못해 사실상 유령공항 상태가 됐다. 제주국제공항(457편)·김포국제공항(353편)·김해국제공항(291편)이 하루 평균 운항 편수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지방공항의 부실관리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공항이 있어야 한다는 선심성 정책이나 인근에 공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공항을 신설하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반성이 제기됐다.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당시 인근에 목포공항이 있었음에도 신설을 추진해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업을 주도한 국회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개항을 앞두고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을 김대중국제공항으로 명명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영삼 공항’으로 불리는 양양국제공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양양국제공항은 강릉과 속초공항을 대체할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시작됐다. 그러나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2023년 5월부터 영업 중단 후 유령공항으로 전락하며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재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도 무산과 재추진이 반복되며 선거마다 유치에 힘쓰겠다는 공약이 단골로 등장해 왔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추진을 내세우며 시작한 가덕도신공항은 2022년 대선 때도 윤석열·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이를 언급했다. 가덕도신공항은 김해국제공항이 인근에 있는 데다 철새 도래지가 위치해 부정적 입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처럼 선거철마다 지방공항 사업이 추진되며 경영난 악순환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가 추진 및 논의 중인 신공항만 10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의 후보지로 화성·평택·이천시를 발표하자 지역민들이 반발에 나섰다. 경기국제공항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후보 당시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추진 논의 중이다.
무분별한 공항 건설과 적자 상황이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경우 안전 관리가 미흡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실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일 야외에 배치된 조류 퇴치반이 1명뿐인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또한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구·무안·청주·양양국제공항 등 소형 지방공항의 안전 관리시스템 총괄 담당자는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재 한국항공경영학회 회장은 “지방공항은 수요보단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수익창출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면밀한 수요예측과 종합적인 운영체계를 검토해 만성적자에 시달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이제는 항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선거나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서가 아닌 안전을 먼저 생각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Tag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blog.kakaocdn.net/dn/c32x1W/btsMaQjAngm/Fb4bhdnlmcHwUkgBnSskIK/img.jpg)
'▣ 알림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준 수원시장, 29개 회원도시 8기 회장 선출 (0) | 2025.02.07 |
---|---|
수원군공항이전 공감대 확산 추진 방향 논의(... 고도제한, 소음피해 등 수원 군 공항으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으로 여론을 파악하고...) (0) | 2025.02.06 |
김영록 전남지사, 광주 ‘통합공항 원점 재논의’ 사실상 거부 (0) | 2025.02.06 |
'올해 첫 의사일정' 제390회 임시회 개회…수원시의회, 15일간 의사일정 돌입 (0) | 2025.02.05 |
경기도, 2040년 수원 도시기본계획 승인…인구 128만명 목표 (1) | 2025.02.05 |